한국일보

서예로 만나는 스승과 제자

2015-08-01 (토)
크게 작게
원종완(은퇴 장.노년학교교장 )

은퇴하고 나니 서예를 가르쳤던 지난날이 떠오른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란 격언이 있다. 장 노년층 한인들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교육을 접하고 있던 나로서는 이 말이 새삼 실감을 나게 한다.

내가 가르치던 뉴저지의 조은학교는 영어를 비롯한 8개 과목으로 짜여 있는 모든 과목들이 봉사의 사제동행을 이루어 실시된다. 사제동행은 스승과 제자가 한마음으로 연구하여 나감을 일컫는 말이다.


영어나 컴퓨터, 스마트폰 강사들 한 학기의 커리큘럼을 작성, 강의 며칠 전부터 준비하는데 이런 모습은 컴퓨터를 통한 교재 준비에서 잘 나타난다.
IT시대의 컴퓨터 반 특징은 선생이 다음 시간에 있을 강의내용을 이메일로 알려주고 준비토록 하고 강의 시간엔 대형 스크린의 모니터를 통한 강좌를 한다. 물론 컴맹은 별도 개인지도를 한다.

이중에서도 서예, 수채화, 기타교실, 등 예능계 과목에선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수채와 담당의 60대 선생은 심장 수술한 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 도색할 원고를 여러 장 복사해서 지도하는 열성을 보였었다.

여기에 감동된 노년의 학생들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출석, 받아든 도형에 두 시간에 걸친 자기 나름 즐기는 색으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다. 이렇게 그린 수채화를 하나하나 서로 비교 평가하는 방식으로 마무리 한다. 대부분 꽃을 주고 다루기에 자신의 정적인 마음을 더 아름답게 장식했다. 공직에서 사퇴한 지 얼마 안 된 어느 노학도는 “선생님이 좋아서 나오기 시작해 취미를 붙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승을 따르는 것은 그 자체로 예술이란 말이 있듯, 모두가 빠지지 않고 숙제를 힘들게라도 해내고 있다. 자영업자인 어떤 학생은 “빨리 방학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힘들고 즐거운 푸념을 하기도 했다. 예부터 서예는 붓으로 글씨를 쓰는 예술로서 지구심을 드러내는 인내와 노력, 그리고 겸양이 한데 어우러져야만 진정한 작품이 나온다고 했다.

이렇듯 붓으로 글씨를 쓰는 서예 예술을 중국에서 처음 시작해서 한국과 일본 등으로 전래되면서 이조시대의 주요 보존 및 상 하달 문서와 모든 외교 문서는 서예를 통하여 이루어졌다. 외국문화에 휩쓸려 사는 한인들에게 서예문화가 점차 시들어가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서예를 통해 정을 나누고 고국의 향수를 달래는 스승과 노제자가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없지 않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