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보이지 않는 적

2015-06-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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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데모크리토스(BC 5C)는 세계를 두루 다니며 견문을 넓힌 결과 ‘인간의 적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는 이론을 정립했다. 그의 이론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돼 초기에는 눈에 보이지 않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IS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면서 실제로 인간의 적이 되었다.

보이지 않는 균, 메르스 바이러스 때문에 한국이 초긴장하고 있는 상황이 그것이다. 초기대응에 실패하면서 메르스 균은 이제 4차 감염자까지 발생시키면서 나라전체를 공포와 불안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미 격리자도 5,000여명, 개별 접촉 관리자가 4,000명을 넘어섰다. 계속적으로 번식하는 메르스는 전국 곳곳으로 증식하면서 인간의 삶과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 이를 퇴치하기 위해 한국은 메르스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보이지 않는 적은 또 갈수록 증식을 멈추지 않는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IS다. 이들은 갈수록 규모를 늘리면서 전 세계인을 불안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처음 이라크전쟁 때 미군철수 후 남은 잔재로 1,999년 출범한 이들 IS는 지난해 곧 테러제국이 되겠다고 선포하더니 정말 이제는 이라크 시리아에 아예 국경을 없애면서 대 테러제국이라 할 만큼 지역이 방대해졌다. 이에 이슬람 종교를 맹신하는 세계의 젊은이들이 하나 둘씩 모이면서 이들의 제국 건설에 일조를 하고 있다.

미국에서 이미 두 젊은이가, 터키에서 실종된 한국인 김 모 군도 시리아국경을 넘어 IS에 합류한 사실이 있다. 미국의 10대들이 IS에 가담하려고 출국하다 적발돼 보호시설에 구금된 일도 있다. 이들은 이슬람 전사들을 환영하는 글, “나는 무엇이 될지라도 모든 것에 대해 알라신에 감사한다”에 현혹돼 이 대열에 기꺼이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IS 테러집단은 자신들이 믿는 종교만이 유일신이라며 타 종교인들에 대해 온갖 만행을 다 저지르고 있다. 외국인 인질 집단 참수, 화형, 집단학살, 여성 성 노예, 인신매매 등과 함께 세계유산 파괴행위도 서슴없이 하고 있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 프랑스와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등이 공습하고 또 공습해도 이들은 잡초처럼 죽지 않고 계속 살아나 오히려 더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예로 볼 때 메르스는 아무리 무서운 균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분명 호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IS의 사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지난 2002년 테러집단이 세계무역센터를 공격한 9.11테러 사건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무고하게 죽은 당시 3,000여명의 원혼은 물론, 살아있는 피해 가족들의 상처도 아직 채 아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가면 갈수록 잡초처럼 번지고 있는 IS, 이들은 질긴 생명력으로 현재 유럽에만 120-180명이 가담한 조직 20개가 언제고 유럽 국가와 미국을 호시탐탐 공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무서운 집단으로 떠오른 이들을 미국은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
잡초방제에 1년을 방심하면 10년을 고생한다는 말이 있다.

잡초는 그만큼 번식력이 왕성해 처음 관리를 잘 하지 않을 경우 순식간에 뿌리를 내리면서 잔디를 초토화시키는 것을 경계하라는 말이다. 약탈과 납치, 인질매매, 정유소 점령 등으로 막대한 자금을 확보해 뽑아도 뽑아도 죽지 않는 잡초보다 더 끈질지게 지구촌을 점령해 가면서 반인륜적 만행을 서슴지 않고 있는 IS. 지구촌의 평화와 질서를 파괴하고 있는 이들을 세계 각국은 언제까지 팔짱만 끼고 바라만 볼 것인가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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