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추석대잔치

2012-09-2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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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은(경제팀 차장대우)

추석이 다가온다. 민족 최대 명절이라는 수식어답게 추석 즈음에는 뉴욕과 뉴저지 한인단체들의 추석맞이 행사들이 연이어 펼쳐진다. 지난 15일과 16일도 랜달스 아일랜드에서 뉴욕한인청과협회 주최 미동부 추석대잔치가 열렸다.

첫날 일찌감치 도착해 바라본 행사장은 한산했다. 무대 위에서 장기 자랑이 열리고 있었지만 객석은 빈자리가 더 많았다. 한 할머니가 다가와 셔틀버스가 저녁에는 제때 운행하냐고 물었다. 셔틀버스가 제때 운행하지 않는데, 저녁에는 집에 갈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행사장이 한산한 이유 중 하나를 그때야 알았다.


올해 협회는 셔틀 버스 운영을 한 한인 여행사에 맡겼다. 예전과는 달리 편도 5달러씩 받는 유료 서비스를 진행한 것이다. 하지만 손발이 전혀 맞지 않았다.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행사 기간 중 셔틀버스 이용객들로부터 불평 전화가 빗발쳤다. 정상운행이 되지 않은 것이다.

모처럼 나들이에 나선 한인들이 때 아닌 감정 다툼에 휘말리기도 했다. 셔틀버스가 유료인지 모르고 탔다가 운행료를 내라는 말에 우루루 내려버리는가 하면, 운행료를 정확히 모르는 기사가 승객들에게 편도 10달러를 내라고 했다가 언쟁이 붙었다는 것이다. 해당 업체는 당초 30분마다 셔틀 버스를 운행하겠다고 한 약속도 어겼다. 승객이 어느 정도 모일 때까지 차를 출발시키지 않은 것이다.

헌데 이를 비난만 할 수도 없을 정도로 속 사정들은 답답했다. 다들 손해가 불가피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협회로서는 이미 행사 예산이 적자인 상황에서 셔틀 버스까지 무료로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톨비와 개스비 부담을 안은 셔틀버스가 5달러에 택시 노릇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말이다.

김영윤 협회장은“행사 지출비용인 총 56만달러에 이른다”며 “테이블 하나와 의자 하나를 빌리는데 10달러, 연예인 공연을 비롯한 무대 공연과 공원 이용료 등에 대한 비용만 45만달러”라고 한숨을 쉬었다. 김 회장은“셔틀차량과 주차비에 총 8만달러가 드는 상황에서 주차비는 협회가 모두 감당했다”며 “조금이라도 운영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료 셔틀버스 운행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여행사와 계약을 하긴 했지만, 서로 사정을 아는데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뭐라 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재정 부족의 여파는 셔틀 버스 뿐 아니라 행사 전반에까지 여지없이 나타났다. 인력 부족 등으로 행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올해 처음 진행하는 영화상영도 장비 문제로 취소됐고 전통 혼례도 30분이나 늦게 시작했다. 태권도 공연은 결국 취소됐다.

협회가 큰 재정적 부담을 안고 주최한 축제가 썰렁하게 진행됐다는 것이 안타깝다. 많은 한인들이 즐길 수 없었다는 것도 아쉽다. 기대하고 부스를 마련한 업주들의 실망도 컸다. ‘대잔치’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였다. 김 회장은 “이미 봤듯이 협회 혼자 행사를 감당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내년에 또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협회의 재정부담은 줄이고, 한인들을 더 많이 모을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번 행사가 약이 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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