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9월에 출발한다

2012-08-27 (월)
크게 작게
허병렬(교육가)

미국의 9월은 학교의 정월이다. 긴 여름방학이 끝난 학교들은 새로운 커리큘럼을 정비하고 학생들을 맞이한다. 학생들의 각 가정에서는 부모들이 평상시의 일상생활로 돌아가면서 학생들의 새 학년이 시작된다.

첫째,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학교는 더없이 즐거운 곳이다. 그 첫째 이유는 그룹생활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같은 나이 또래의 모임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학교생활을 같이 하면서 지식 배우기는 물론이고 인간관계와 사회의 구조. 예의를 배우게 되니 즐거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자녀가 등교할 때의 인사는 “오늘도 즐겁게 지내라”가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싸우지 말고...등은 잔소리가 될 수 있다. 방과후에 자녀를 데리러 가서도 공부 잘하고, 꾸중 듣지 않고, 친구들과 싸우지 않은 하루였냐고 묻기보다는, 오늘은 어떤 공부가 재미있었지? 누구하고 놀았지? 숙제는 무엇이지?...등을 묻는 편이 슬기롭다. 학부모와 자녀, 교사와 학생은 우선 그들의 친구가 되어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가 바람직하다. 학교가 즐거운 배움의 전당이 될 수 있는 첫째 조건이다.

둘째, 학교에서는 서로서로 경쟁을 하게 된다. 이런 경향이 심화되면 우정에 금이 가고, 주위 친구들이 경쟁상대로만 보일 수 있다. 이 때 경쟁상대를 자기 자신으로 바꾸는 방법이 있다. 내 자신의 글 읽기 속도, 내용 이해력, 글짓기 능력, 계산의 속도나 정확성, 발표력, 창의력, 체력 향상...등이 전보다 얼마나 향상되었는지 기록하는 방법을 취한다면, 정신위생으로 볼 때 장점이 있다. 또 과학기능 테스트에서는 실패하였어도, 미술대회에서 동상을 탔다면 그 시점의 성장과정으로 인식하고 더욱 분발하도록 한다. 우리는 이기고, 지는 양쪽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위험한 것은 어느 한쪽만의 거듭되는 체험을 하는 일이지만, 강한 사람은 이럴 때도 교훈을 얻어 살아가는 발판으로 삼는다.

셋째, 학교에서는 각종 그룹 활동이 있다. 학생 각자의 취미에 따라 어느 그룹이든지 선택하기를 바란다. 그룹에 따라서는 개별적인 활동이 있고, 여럿의 힘을 모으는 것이 있다. 하나의 목적을 위해 여럿이 지혜와 능력을 모으는 일은 귀중한 체험이다. 운동경기도 개인과 그룹으로 나누어진다. 단체경기는 서로 협력하는 체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임으로 참가하는데 뜻이 있다.

넷째, 성장기록을 모으면 더욱 즐거운 학교생활이 된다. 삼학년생의 가을학기와 봄학기 작품에 큰 발전이 없을지 모르지만, 1학년 때 작품과의 비교에서는 뚜렷한 변화와 발전을 보인다. 따라서 대표적인 것들을 꾸준히 보관한다면 개인의 귀중한 성장기록이 된다.

다섯째, ‘하루 한마디 말하기와 한줄 글쓰기’를 실천하기 바란다. 우리는 ‘오바마’를 기르는 것이 아니고 ‘반기문’을 기른다고 어떤 분이 말씀하셨다. 타민족까지 배우려는 한국말과 한글을 한인 2세들이 모른다면 부끄럽다. ‘하루 한마디 말하기와 한줄 글쓰기’를 실천해서 한국말을 말하고, 읽고, 쓸 수 있게 되기 바란다. 모든 것은 조금씩, 서서히 성장하기 때문에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티끌 모아 태산 이룬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무슨 일이든지 시작하기가 어렵지, 일단 손을 대면 반 이상은 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뜻이다. 9월에 시작하는 학교생활에 새로움을 주고 싶다. 앞에 예거한 일들을 참고로 하여 자녀들의 학교생활에 새로움이 첨가되길 바란다.

“새 학년이 되어서 좋겠네. 어느 선생님한테 배우게 될까?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면 전보다 더 즐거울 거야, 새로운 학과목을 배우면 더 신날 걸, 어느 교실에서 공부하게 될까....우리 저녁 먹을 때 학교 새 날 이야기를 들려줘. 엄마 아빠도 알고 싶으니까.” 새 학년을 맞이하는 첫 날의 자녀와 부모와의 대화를 상상하면서 학습 자료를 준비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