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상을 좇는 자들과 본질을 이해하려는 사람

2012-08-1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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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우리의 눈에 보이는 모든 현상들은 원래의 모습일까, 아니면 전혀 다른 모습일까?
투명한 유리 물컵 속의 곧은 젓가락은 굽어보인다. 본질은 바른데, 눈에 보이는 현상은 굽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그것은 물이라는 것이 젓가락을 굽어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현상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람들은 사실 전혀 그렇지 않은데도, 좋은 모습으로 보일 수 있고, 그렇지 않게 좋은 사람이 나쁘게 소문이 날 수도 있다. 물론 소문의 진원지는 있다. 특히 특정인과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이 소문의 진원지라면 십중팔구 악의적인 왜곡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소인배일수록 남을 험담하는 일에 귀가 솔깃하고 열심히 그 험담을 다른 곳으로 퍼다 나른다. 그러나 대인들은 그런 소문에 연연해하지 않고 특히 자신에 관한 잘못된 소문에 신경쓰지 않는다. 그리고 진정 문제가 된다고 하면 직접 찾아가서 자초지종을 묻는 용기까지 갖고 있다.


세상이 잘되려면 열심히 일하여 결과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세상이 잘되지 않으려면 열심히 일하여 결과를 만들어 낸 사람을 입으로 난도질하고 마침내 죄인을 만들어서 죽이고 마침내 자신들도 망한다. 대인은 그렇지 않다. 저자에서 들리는 소리와 현상을 넘어 본질을 보려들고, 세상을 위하여 성과를 만들어낸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고, 그들이 곤경에 처하면 본인도 나서서 구명활동을 한다.매년 8.15 광복절을 맞이하면서 무엇을 기억해야 할 것인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광복의 그날을 위해서 청춘을 바쳤던 많은 애국지사들이 꿈에도 그리던 광복된 조국 땅에서 오히려 흉탄에 맞아 쓰러지거나 번듯한 직장하나 잡지 못하고 그 가난을 대물림 하고 세상을 하직했다.

광복 후의 세상은 조국을 찾겠노라 청춘을 바쳤던 애국지사들이 만주에서 마적을 했다느니, 테러리스트였다느니 하는 왜곡된 소문에 시달렸고, 김 구 선생은 결국 극단적인 안두희에 의해 암살을 당하였다. 물론 살인자는 안두희였지만 배후는 있었을 것이다. 결국 나라를 위하여 헌신한 사람들이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났다. 그야말로 매국이 애국을 단죄하고 배족이 애족을 단죄 해버린 해방정국은 사리사욕적인 권력에 눈먼 세력들에 의해 동족상잔이라는 전쟁으로 치달았고, 세상은 아비규환의 지옥이 되었다.

두 세대가 바뀌어 가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그때와 같은 또 다른 잘못을 범하고 있지는 않는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새 땅에 뿌리 내리기 위해 수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는 한인사회도 이제는 모두가 땀 흘려 이룩하고 있는 성과에 박수를 보내야 할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든 탑처럼 쌓아 올리고 있는 작은 성과들이 왜곡된 소문에 의해서 무너지지 않도록, 여러 사정으로 인하여 왜곡된, 소문을 좇지 않고 본질을 이해하려는 성숙한 한인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매국이 애국을 단죄하고, 배족이 애족을 단죄했던 해방정국의 교훈을 거울삼아 60여년이 되어가고 있는 8.15 광복을 맞이하면서, 한인사회도 세 치 혀로 비방하는 자들이 설치지 못하게 하고, 서로의 조그마한 성과에도 박수를 쳐주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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