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희로애락과 감정조절

2012-04-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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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우(자유기고가)

며칠 전 한국에서 손님이 다녀갔다. 그 분의 이야기가 봄이 되면 결혼식, 장례식장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어느 상갓집(喪家)에서 영전 앞에 절을 하는데 어떤 사람 주머니 속에서 갑자기 핸드폰이 터지더니 그 벨 소리가 “와 이리 좋누” “와 이리 좋누” 하더라는 것이다. 사람이 나쁜 짓을 했을 때, 짐승보다 못 하다는 말을 한다. 인간이 동물보다 못한 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왜냐하면 동물들은 감정 표현을 조작 하지 않는다. 배가 고프면 으르렁 대고 배를 채우면 꼬리를 치며 좋아한다. 동물들은 모두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고, 솔직하다. 그런데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은 이 감정표현을 억제하고 조절하는 조작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으로 인해 세상이 어지러워지고 나쁜 문제들이 발생한다.


사람의 감정은 미묘해서 외부의 대상으로부터 나의 희로애락이 자극받기도 하고 외부의 대상에게 나의 감정을 이입시키기도 한다. 슬플 때는 큰 소리로 엉엉 울어대고, 기쁠 때는 깔깔거리며 마음껏 웃는 것이 의학적으로 건강에 좋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주위의 눈치를 보느라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자기의 감정을 억누르며 순간순간 힘겹게 살아간다. 그래야만 하는 것이 우리 이민생활의 현장이다.

희로애락(喜怒哀樂)은 인간의 정감형태를 넓게 구분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희락(喜樂)은 좋고, 노애(怒哀)는 나쁘다고 하지만 성낼 때 성 내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성을 내야 할 때 아부하느라 희(喜)의 감정을 보이면 이는 위선이다. 이것이 인간이 동물보다 못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보통 동물처럼 바로 반응하지 않는다. 밖의 사물이나 정보를 시청각을 통해 받아 들었다가 이것을 다시 이상적인 사유로 넘겨 거기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판단해서 정감으로 행동에 옮기는 게 일반적이다. 한국은 국민 전체의 30%정도가 한번쯤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한국생명보험재단의 통계가 밝히고 있다. 한인이민자들의 이러한 통계는 아직 정확하게 없다. 그러나 요즘 같은 불경기에 많은 한인들이 고통 속에 살아가는 것만은 분명하다.
미국은 한국과는 달리 총기를 구입하는 것이 용이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보다 더 큰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이에 대한 화를 막으려면 우리 모두 자기감정을 자기가 조절 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그 감정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는 사람은 두뇌건강 검진을 받은 후에 의사의 지시에 따라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더욱 큰 사고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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