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동업자 샘 아저씨

2012-04-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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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훈(회계법인 파트너)

엉클(아저씨) 샘은 미국정부를 일컫는 별명이다. 1812년 영국과 전쟁 당시 육군에 소고기 가공품을 납품하는 용기 밖에 찍힌 미국정부를 의미하는 ‘U.S.’를 납품업자 샘 윌슨의 별명 ‘Uncle Sam’과 앞 글자가 같다고 우스갯소리로 부르던 것이 오늘날 미국정부의 공식 별명이 되었다고 한다.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영주권을 얻으면 자동이지만 외국인도 미국에 일정기간 거주하면 엉클 샘에게 납세의무를 진다.

미국에 와서 소셜 시큐리티번호를 신청하면 바로 엉클 샘과 동업자 계약을 맺게 된다. 엉클 샘은 법을 만들고 도로를 건설하고 교육과 치안을 담당할 뿐 아니라 사업을 할 수 있는 모든 경제적인 여건을 책임지게 되는데 우리는 그 안에서 열심히 경제행위를 하고 그 수익 중 일부를 동업자 엉클 샘에게 배당한다.
우리는 매년 사업내용을 세금보고서라는 양식에 기재하고 “여기에 보고한 모든 내용은 진실이며 만일 아니라면 어떠한 처벌도 감수한다” 라고 써진 칸 밑에 서명을 하게 된다. 매년 3월, 4월이면 동업자 엉클 샘이 자신 몫의 현금 배당금을 달라고 하는데 너무 사업이 안 되어서 식구 먹여 살리기도 어려우면 일부 보조금을 주기도 하지만 대강 소득의 삼분의 일을 요구한다. 이는 법에 정한 일이고 이 법은 우리들이 대표자로 세운 국회의원들이 결정한 일이니 계약은 성립된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심리가 받을 때는 흐뭇하지만 줄때는 안타깝고 아까운 것이라 어떻게 해서든지 엉클 샘을 속이고 조금만 주려고 한다. 엉클 샘이 넉넉할 때에는 모른 채 하지만 요새같이 파산 일보 직전에 밀리고 천문학적인 빚을 지고 있는 마당에는 인내심이 없어진다. 조사를 해서 계약위반이 밝혀지면 민형사상의 모든 책임을 물리겠다고 눈을 부릅뜨고 포승 줄 사용에 능숙한 수사관들을 추가 모집하고 있다.

또 오바마 정부가 발표한 2013년 예산안에 보면 지난해보다 두 배에 이르는 6억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조사관을 추가 채용하고 탈세행위 적발에 매진하겠다고 한다. 더우기 지난달 미 국세청 최고 책임자는 미국기업의 해외 활동보다는 해외기업의 미국내 활동에 더욱 중점을 두고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고 특히 본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내에서 판매하는 단순 판매회사의 경우 정당한 이윤을 엉클 샘에 보고하는 지에 대하여 엄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기존의 한국기업 뿐 아니라 한미 FTA 바람을 타고 미국 시장 진출할 업체들은 이러한 이전가격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자산 자진신고 프로그램을 악용하여 불필요하게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어 주머니를 채우는 바람직하지 못한 전문인들이 있는데 이 프로그램은 우리 선량한 이민자들이 고국에 남겨두고 온 자산이 목표가 아니라 미국에서 번 돈을 해외로 빼돌린 불량한 동업자를 겨냥한 것이기 때문에 밤 잠을 설치면서 고민할 일이 아닐 것이다. 구글을 두어번 탁탁 치면 사생활까지 다 드러나는 세상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데 동업자 엉클 샘에게 성실하게 동업계약
서에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에도 맞는 일이다. 세금 낼돈으로 교회에 헌금 많이하면 복을 부어 주실 것으로 착각하는 장로나 집사는 없어야 한다.

‘전등록’에는 “집이 천 칸이나 되는 거대한 대궐이라도 하룻밤 자는 데는 방 한칸이면 족하고, 만 석의 논을 가졌더라도 한 끼 먹는 데는 한 되 쌀이면 족하다”라고 했는데 부질없는 돈 욕심으로 평생 같이 갈 동업자 샘 아저씨와 불편해 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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