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3초 백, 5초 백

2012-02-0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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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업(자유기고가)
서울 어느 백화점 명품 코너에는 1,000만원하는 핸드백을 사려고 값을 선불하고도 기다리는 사람이 1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어떤 백은 주문하고도 3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도 있다고 한다. 한국의 명품 시장이 일본을 앞서, 명품수입이 2010년 45억달러, 한화 4조8000억, 매년 30%씩 증가세를 보여 현재는 5조가 넘고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과 젊은층으로도 시장이 확장되고 바야흐로 명품의 국민으로 가득한 나라가 되어가는 중이다.

4년 사이에 2배가 오른 샤넬에서는 한국은 참 재미있는 나라라고 한다. 한때는 양주 수입에 있어 세계 1위를 차치했고, 강남의 룸 싸롱 마담이 영국, 불란서 양주회사에 귀빈으로 초청되어 시음회도 갖는다고 하여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이런 현실을 탓할 일은 아니다. 내 돈 가지고 내가 쓰고 마시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명문대학 가짜 졸업장으로 교수로 행세하며 청와대 비서관과의 사이에 이권 개입과 불륜 관계가 터지고 가짜가 들통나 미국으로 줄행랑을 쳤다가 수사를 받기 위해 도착한 공항에서는 그가 입고, 지니고 있는 명품에 관한 뉴스가 더 관심을 끌었던 기억이 난다. 샤넬백, 벤츠 여검사 사건은 명품이 얼마나 우리 사회의 가치관을 무너뜨리고 사죽을 못 쓰게 만드는지 확인시켜 준다.
서울 백화점 앞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하면 100만원 짜리 명품백을 든 사람은 3초에 한 사람, 400, 500만원 하는 백을 든 사람은 5초에 한 사람 꼴이라고 해서 이런 명품 가방을 가르켜 ‘3초 백’ ‘5초 백’ 이라는 단어가 나왔다고 한다.


2011년 겨울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으로 310마리의 소가 4000곳에서 암매장을 시켜 축산 농가의 피해액이 1조원이 넘었다. 그때 1조억이라는 피해액이 천문학적 숫자처럼 느껴졌는데 지금 명품 수입액이 구제역 피해액의 5배가 넘는다고 본다면 과연 가공할 시장이 아닐 수 없다.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인디언 부족은 평생 25개 물건을 가지고 산다고 했다. 반면 현대인들은 평생 2만개 정도의 물건을 소유하고 산다고 한다. 가진 것이 많아 편리하게 살고 있지만 인디언보다 행복하게 산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하고 저자는 묻는다.

어느 환경미화원의 말이 추석이나, 구정때 차창 밖으로 버린 쓰레기를 치우기 위하여 위험한 고속도로에서 수거 작업을 한다고 한다. 차가 정체되는 동안 차에서 먹고 마신 각종 쓰레기가 밖으로 버려진 것들이라고 한다.
이런 시민 의식을 가지고 명품만 걸친다고 인격이나 품위가 오르겠는가. 이에 걸맞는 국민의 예의있는 행동과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고운 말 등 윤리, 도덕심이 명품에 앞서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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