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형사법정에서 본 한인사회의 변천

2011-10-24 (월)
크게 작게
되돌아보면 형사법원에서 보는 이 해의 가장 큰 한인사회의 수확은 다른 아시아 인종들과는 달리 유독 한인들의 사건의 수가 크게 줄어든 현상이다.

불과 두어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인들 사건의 주종인 음주운전 사건으로 체포되어 오는 한인들이 거의 매일이다 시피 꼬리를 잇고 있었던 것이 이제 한 주에 몇 명 정도로 줄어들었다. 언론기관의 계몽을 받아들이는 한인사회의 높은 문화수준이 그 주된 요인이라고 믿고 싶다.

그동안 강화된 음주운전의 처벌은 벌금 등의 경제적 제재 이외에 각종 교육 과정을 이수해야 하고 본인이 운전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차량, 말하자면 가족이 가지고 있는 모든 차에 알콜 음주 여부를 테스트한 다음에 시동이 걸리게 되는 시동 조정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또한 몇 번의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누범자의 경우에는 음주 측정 자동장치인 전자 발찌를 차용하는 처벌을 내리기도 하는데 이런 모든 기기를 본인이 수수료를 지불하고 빌려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이런 강화된 처벌에 한인들의 각성이 주효해서 처벌을 받는 한인들의 수가 아주 적은 수로 줄어들었고 다른 인종들에 비해 모범적 마이너리티로 성장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듯하다.

음주운전 사건은 이만하면 모범 수준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아직도 많은 부문에서 조심해야 할 몇 가지 문제들이 있다.

법원에서 내린 각종의 명령을 위반하는 경우이다. 대인관계 사건에서는 피해자 접촉금지 명령이 내려지는데 가정폭력 사건에서 부인에게 접촉을 금지
하는 명령이 내려져 있는 상태에서 다음에 열리는 재판 날에 부인과 나란히 법정에 앉아 있는 경우를 많이 본다.

판사는 이런 위반을 발견하면 즉시 법정구속 해버리는 경우도 있어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법원의 명령위반 사건은 아주 심각하게 다룰 뿐 아니라 그 처벌도 상당히 엄격한 편이어서 형량협상(Plea Bargain)이 잘 먹혀들지 않아 실형으로 끝을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한 조선족 동포 청년이 술집에서 벌어진 싸움 끝에 폭행 혐의로 체포되어 왔는데 지문조회 결과 이 청년이 6년 전에 역시 같은 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아오다가 재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법원에 나오지 않아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있었고 결국 보석조건 위반 혐의로 또 한 가지 사건이 추가되어 있었다.


이런 이유로 입건 재판에서 이 청년에게 많은 액수의 보석금이 책정되었고 즉시 보석금을 지불할 수 없었던 이 청년은 형무소에 수감되어 구속 재판을 받게 되었다.

이번 사건이나 6년 전의 사건 모두 단순한 싸움 정도의 것이어서 검찰은 형사범죄가 아닌 풍기문란 정도의 위반급으로 낮추어서 사건은 끝이 나게 되었지만 법원에 출두하지 않아 추가된 보석조건 위반 사건만은 강경한 처벌을 요구하게 되어 결국 30일 구류 처분으로 합의를 이루었으나 형무소에서 구속 중에 있는 이 청년의 미국 체류 신분이 불법이어서 이제는 이민국이 형 집행 이후에는 추방재판을 시작하겠다는 통지를 보내왔다.

금년 초에는 LA에서 온 한 여성이 교통 단속 검문에서 옛날 교통법규 위반으로 티켓을 받고 출석하지 않은 기록이 나와 현장에서 체포되었는데 역시 보석금 명령이 내려져 구속재판을 받게 되었다.

불법체류신분인 이 여인 역시 형무소에 간 첫 날 이민국의 덜미로 추방재판에 회부되고 말았다.

박중돈(법정통역가)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