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 대선의 치맛바람

2011-09-0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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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자(의사)
지난 달은 미국증시가 롤러코스트 같이 오르락내리락 하고 재정삭감을 둘러싼 민주당 공화당의 대립으로 미국인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갔다. 하지만 2012년 실시되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드라마의 무대는 개막되었다.
CNN이 주최한 공화당 후보들의 TV토론회에서 미네소타 여성 하원의원인 미셸 바크만(Michele Bachmann)이 신선한 충격으로 유권자들을 사로잡았다.

미셸 바크만은 티 파티의 아이콘으로 강경 보수주의 가치를 분명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했고 백악관을 탈환할 수 있는 여성 후보로 각인시켰다. 그녀는 선두로 달리던 정말 대통령다운 모습을 갖춘 밋 롬니(Mitt Romney)를 제치고 치맛바람의 열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최근에 미셀 바크만은 그녀의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게 되었다. 미 동부를 휩쓸고 간 허리케인이 워싱턴 정치인들에게 보내는 징벌의 메시지라는 발언 때문이다.

바크만의 독설은 자연의 재앙이 할퀴고 간 피해자들의 상처를 어루만지지 못한 실언이다. 현재는 공화당 후보는 세 명으로 압축되고 있다. 밋 롬니와 미셀 바크만 그리고 새로운 강적으로 떠오른 텍사스 주지사인 릭 페리(Rick Perry)다. 릭 페리는 실탄을 허리에 두른 텍사스 카우보이다.미합중국이 건국된 후 단 한 명의 여성 대통령도 탄생하지 않았다. 미국 여성 참정권은 불과 100년도 채 되지 않았다. 유리천장(Glass ceiling)은 여성의 사회 진출과 승진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투명한 장벽을 말한다.


2008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1천800만 표를 득표하고도 패배한 힐러리 클린턴은 패배 수락연설에서 “비록 나는 가장 높고 견고한 유리 천장을 깨지는 못했지만 1천800만개의 금을 가게 한 균열을 냈다”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은 카멜레온처럼 변화무쌍하게 색깔을 바꾸어 가며 자신을 개발하는 야심가이다.그녀는 남편의 대통령 임기가 끝난 후에도 철수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백악관을 재탈환하려는 여인천하의 꿈을 꾸었다. 퍼스트 레이디 라는 보좌역할의 껍질을 벗어 던지고 대통령 대선 후보자로 변신하였다. 어쨌든 그녀의 과감한 도전은 좌절되었다.

중국여인들은 20세기 전까지 3살부터 천으로 발을 묶어 뾰족하고 작게 만드는 전족이라는 굴종의 고통스러운 풍습이 있었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전족으로 발을 묶었던 중국여인들은 고대국가에서부터 20세기까지 거대한 땅덩어리의 지축을 흔들었다.중국 근대사에서 1965년부터 중국대륙을 쓰나미처럼 휩쓸었던 문화대혁명을 이끌었던 주역은 누구인가? 바로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한 모택동의 네 번째 아내인 강청(江靑)이라는 여인이다.그녀도 어릴 때 전족으로 발을 묶었으나 훗날 남편인 모택동을 등에 업고 정치실권을 장악하고 막강한 권력자로 부상하였으나 비운의 최후를 맞는다. 또한 서태후는 19세기 거의 황제를 능가하는 권력으로 반세기를 풍미했던 여걸이다. 그녀는 망해가는 청나라 말기에 유럽 열강의 침략에 맞서 봉건체제에서 군사중심의 근대화 운동을 추진했다.

당나라 측천무후도 대신들을 처형시키고 내각을 새로 개편하는 탁월한 정치능력을 발휘한 여황제였다. 그뿐인가,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유방의 황후였던 여태후(BC 241-180)는 뛰어난 전략으로 유방의 천하통일을 도왔고 남편이 죽은 후에는 정적을 모두 숙청하고 거대한 제국을 통치했다. 최첨단시대의 전족은 하이힐이다. 온몸의 무게가 발에 실려 발가락 모양이 기형이 되고 허리통증을 느끼고 건강을 해친다. X-Ray를 찍어보면 중국여인의 전족의 발 모양과 하이힐로 생긴 기형의 발 모양이 비슷하다고 한다.

여성후보인 바크만이 일으켰던 치맛바람이 가을의 찬바람으로 식어가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미 대선 여성 후보들도 하이힐에서 편한 남자 구두로 바꿔 신고 선거 캠페인에 뛰어들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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