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재자들의 말로와 북한

2011-08-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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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1945년 4월30일 아돌프 히틀러 나치 독일의 제1대 총통은 베를린 지하벙커에서 자신의 일생을 권총자살로 마감했다. 지금으로부터 66년 전이다.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대한민국 대통령은 서울 궁정동 안가에서 자신의 충복이었던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 부장의 총에 의해 유명을 달리했다. 32년 전의 일이다.

2011년 8월 22일 42년 동안 독재자로 군림했던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수도를 버리고 어디로 갔는지 행방이 묘연해졌다. 이미 그의 두 아들은 시민군에 의해 체포된 상태이다. 이집트의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지난 2월11일 권좌에서 물러난 뒤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다. 독재자들의 말로들이 별로 화려하지가 않다. 세계 제2차 대전을 일으킨 핵심인물이었던 히틀러. 유신정권으로 종신 대통령직을 누리려 했던 박정희. 시민 반란군을 제압하여 죽을 때까지 권좌에서 물러나려 하지 않았던 카다피. 30년 동안 독재를 하며 호화찬란하게 살았던 이집트의 무바라크 등등. 그들의 말로가 별로이다.


사람의 권력에 대한 욕심이란 밑도 없고 끝도 없다. 한 번 권력의 맛을 본 사람들은 그 맛에 홀려 그들의 상황이 마지막을 치닫거나 죽음이 올 때까지도 그 맛을 잊으려 하지 않는다. 역사가 말해주고 있는 독재자들의 권력에의 욕심은 그들이 죽음을 맞이해서야 그 끝을 보게 한다. 어디로 숨었는지 알 수 없는 카다피도 그 중의 하나다. 그런데 역사의 수레바퀴가 잘못 돌아가는 상황도 있는 것 같다. 권력이 당대에 끝나는 것도 아니요 할아버지의 권력이 손자에게까지 세습되는 정황이 있으니 그렇다. 북한이다. 김일성의 권력이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것은 권력세습이 아니요 왕정일 수밖에
없다. 김일성왕조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떤 친구는 말한다. “독재자들은 다 죽거나 망하는 것이 순리인 것 같은데 왜 북한의 독재는 망하지를 않는가. 그 이유가 어디 있는가?”라며 “우리가 알 수 없는 그 무엇이 있지를 않냐”고 분개한다. 답은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다. 그러나 현재 북한의 독재 체제 속에서 굶주리며 죽어가는 백성들은 어찌하란 말인가.혁명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있다. 백성, 즉 보통 사람들이 굶주리며 헐벗고 있을 때 권력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과 부자들의 사치와 부패가 극에 달함으로 인해 일어난다. 러시아혁명, 프랑스혁명 등등이 그것을 잘 말해 준다. 북한은 처음엔 공산체제로 없는 자들의 천국으로 세워진 곳이다.

그러나 지금의 북한 상황은 공산체제가 아닌 독재체제, 그것도 왕정이 되어 3대로 이어지고 있다. 권력의 핵심에 조아리는 부류들은 배불리 먹고산다.
그런가 하면 백성들, 즉 민초들은 굶주리며 자유도 없다.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독재체제의 북한이 무너질 날은 반드시 와야만 순리다. 그것이 역사가 가는 방향이다.

문제는 핵이다. 미국도 북한이 가지고 있는 핵에 관해서만은 어찌할 도리가 없나. 북한은 북한대로 핵을 권력 세습과 체제 유지의 가장 유용한 가치로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역사가 말해주는 독재자의 비참한 말로가 북한에선 통하지 않는단 말인가. 북한이 갖고 있는 핵 때문에 북한의 왕조가 무너질 수 없단 말인가. 지구가 무너지면 무너졌지 도저히 무너질 것 같지 않았던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 그리고 이집트의 무바라크 정권. 박정희 정권. 세계를 뒤집어엎으려 했던 나치의 히틀러 정권. 모두 무너졌다. 자유와 민주주의가 승리했다. 사형이 구형된 무바라크, 판결만 남아 있다. 어디인지 꼭꼭 숨어있을 카다피. 히틀러처럼 자살하지 않을까.

민심(民心)이 천심(天心)이란 말이 있다. 하늘의 뜻은, 온 백성이 다 같이 잘사는 것일 게다. 특히, 민초들이 잘 살아야 하늘이 좋아한다. 독재 정권의 시대는 다 지나갔지만 아직도 독재를 행하며 민초들을 굶기며 자유를 박탈하는 곳이 있다. 동토의 땅, 북한이다. 역사의 흐름대로라면 리비아처럼 반드시 무너질 날이 올 것이다.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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