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께서 가라시니 따를 뿐”

2010-06-10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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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가는 김승욱 남가주사랑의교회 목사 단독 인터뷰

남가주사랑의교회 김승욱(45) 담임목사가 한국 분당 할렐루야교회의 청빙을 수락하겠다는 뜻을 전체 교인들 앞에서 밝혔다. 김 목사는 지난 6일 주보 칼럼과 설교를 통해 “저희도 이해 안 되는 면이 많았다. 다만 주님께서 반복해서 주시는 확답에 순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결단이 어떤 어려움 때문에 내려진 것은 아니다. 저희는 우리 교회에서 정말 행복하다. 그렇기에 이번 결정이 너무 많이 힘들었다”고 밝혔다. 지난 6일 당회는 김 목사의 사표를 일단 반려했으나 결국은 김목사가 빠르면 이달 말 열릴 공동의회에서 교인들의 축복을 받고 올 여름 중 사랑의교회를 떠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 목사는 8일 본보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이번 청빙과 관련해 교인과 교계가 궁금해 하는 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작년 초 제의… 거절했다 기도 후 확답받아
공동의회서 축복하고 보내주시면 감사
한국 가면 세계 선교위해 온 힘 다할 것


-청빙과정과 앞으로의 절차를 설명해 달라.


▲지난해 3월부터 할렐루야교회 장로들이 왔다. 결정된 청빙안을 가져와 받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나는 1년간 가겠다는 대답도 안 했고 기도조차 안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하나님께서 부담을 주셔서 3월부터 본격 기도해 보니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기도할수록 같은 확답을 주셨다. 당회가 저의 사표를 받아주셔야 하는 단계가 남아 있다. 또 PCA 교단 헌법에 따라 공동의회에서 교인들이 저의 이임을 축복해 주셔야 한다.

-공동의회는 요식절차인가. 아니면 교인들이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찬반투표 기회를 주게 되나. 다수가 반대하면 한국으로 가지 않을 것인가.

▲형식은 아니라고 본다. 교단의 아름다운 전통이다. 힘들지만 성도들이 같은 마음으로 기도할 수 있는 자리를 열어주는 것이라고 본다. 하나님의 역사를 인정하고 축복하는 시간을 갖기 위함이다. 찬반투표를 하고 그러면 제 생각에는 좀 힘들어질 것 같다. 찬반투표는 없기를 바란다.

-할렐루야교회는 오래 전부터 청빙을 놓고 기도했다는데 사랑의교회 교인들에게 미리 공개하고 기도할 기회를 주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또 지난 5월 사랑의교회 장로 4명이 청빙철회 요청차 한국을 방문했는데 이미 끝난 상황이었다면 확실하게 밝혀 막았어야 하지 않나.

▲어느 교회가 되었든지, 부른다고 무조건 갈 수는 없는 일이다. 또 있는 교회에서 붙잡는다고 안 갈 수도 없다. 하나님의 종은 하나님께서 ‘개인적으로’ 부르신다. 할렐루야교회가 1년 이상 기도했고 우리 교회는 못했으므로 불공평하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교회들이 기도 줄다리기를 해서 이런 문제를 결정한다면, 세계교회의 질서가 무너질 것 같다. PCA 전통을 보아도 목사의 멤버십이 교회가 아닌 노회에 속해 있다. 목사는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재산이다.

장로님들에게 처음 밝혔을 때 마음이 그쪽으로 기울었다는 의사표시였다. 하지만 보류 요청에 5월 에베소 집회에 가서 ‘백지상태’에서 기도하겠다고 말씀드렸다. 한 번 더 마음을 비우고 기도하며 하나님의 지시에 따르겠다는 뜻이었다. 백지상태란 표현이 잘못된 뉘앙스를 전달했는지 모르겠다.

-뉴욕, 데이비스, 필라델피아, 그리고 남가주 등에서 평균 6년 정도씩 사역했다. 하나님의 뜻이 왜 6년마다 바뀌는지 의아해 하는 이들이 있다.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 사도바울은 1, 2년마다 사역지를 옮겼다. 한 교회에 평생 있는 분도 있다. 하나님의 소명이 개인마다 다르다. 제 개인적 기질은 한 군 데 오래 머물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이런 패턴이 하나님께서 저를 향한 하나님의 소명으로 저를 움직이시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번에 들었다. 안주하면 하나님께 맥시멈을 드리지 못할 것 같다.

-후에 하나님의 지시가 있으면 할렐루야교회를 떠날 수도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전적으로 하나님께 달렸다. 우리 교회에 왔을 때도 이곳에 뼈를 묻게 하시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으나 하나님이 명하시면 어디든 가겠다는 마음도 항상 있었다.

-북한선교와 한국교회에 대한 부담감이 한국행의 가장 큰 이유인가.

▲제 마음이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감동(impression)은 선교 같다. 지금은 하나님께서 여러 나라의 교회들을, 중보기도자들을 연합시켜 큰 힘을 모아 세계선교를 움직이시는 것 같다. 그 일에 있어 하나님께서 세계교회를 위해 더 기여하도록 한국교회의 영적 자원을 쓰실 것 같다. 미국에 살면서 글로벌 마인드를 품게 된 제가 그 일에 조금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도대체 어떤 오퍼를 받았기에 하는 얘기를 들리는데.

▲무슨 협상(negotiation)을 했나 하는 말이 있는데 그런 것은 없었다. 아직도 사례를 비롯, 그 교회에서 무엇을 줄지 모른다. 사역에 전념하도록 아이들 걱정은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은 들었다. 우리 교회 올 때도 오퍼 안 받고 왔다. 목사는 협상 때문에 가거나 안 가면 품위(integrity)가 깨진다. 다만 부르심에 순종하는 것이다.

-언제쯤 한국에 가게 되는지.

▲지난 18년간 안식년은커녕 안식월도 못했다. 7월 한 달간 휴가를 하면서 동부의 양가 부모님을 찾아뵙고 아이들과 산에도 가고 싶다. 우리 교회가 필요로 할 때까지는 남아서 돕고, 그 후 몇 달 쉬면서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싶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할렐루야교회에 부임하기를 희망한다.


<김장섭 기자>


남가주사랑의교회 김승욱 담임목사는 “사랑의교회 교인들이 하나님께서 하실 일을 기대하면서 장로님들과 선임 부목사님을 잘 세워주고 신뢰하며 온맘 다해 기도해 주면서 다음 단계로 나가기를 간절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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