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춘자? 촌스럽긴… 나 하루꼬야

2008-01-28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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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 원스 어폰 어 타임
창씨개명 아픔 속물 여가수 통해 풍자
일제시대 아픔 코미디로 녹여내 ‘이색’

네 이노옴!
격동의 일제 시대를 산 할머니라면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감독 정용기ㆍ제작 원엔터테인먼트)를 보고 이렇게 말할까. ‘경성시대를 다룬 코미디’라는 말만 듣고는 그럴 수도 있겠다.

창씨 개명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던 그 심각한 시대를 우스개거리로 만들다니, 라고.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 나며 잘 자란 손자를 바라보듯 흐뭇한 미소를 지을 터.


<원스 어폰 어 타임>은 어깨에 힘을 빼고 만든 영화의 미덕을 잘 보여준다. 경성시대의 사기꾼 오봉구(박용우)와 재즈가수 춘자(이보영)가 석굴암 본존불상의 ‘천년의 빛’을 훔치기 위해 동시에 달려들며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다. 무엇보다 적당한 속도감 덕분에 지루하지도 않고 지나치게 달려가는 느낌도 주지 않는다.

박용우는 꽤나 느끼한 표정부터 몸을 던지는 액션까지 무리 없이 소화했다. 처연한 이미지가 강했던 이보영은 코맹맹이 소리를 섞어 춘자가 뭐야, 촌스럽게. 나 하루꼬야라는 속물적인 연기를 제법 천연덕스럽게 해 냈다.

오봉구와 춘자가 엎치락 뒤치락 ‘천년의 빛’을 찾는 과정에서 일제 시대 우리 민족의 고충을 자연스레 녹여냈다. 어리바리 독립운동가로 출연한 감초 성동일과 조희봉의 코믹 연기가 더하지도 모자라기도 않게 영화의 재미를 더했다.

’역사 의식 없이 경성시대를 화려한 시절로만 그리는 것 아닐까’라는 걱정은 온 데 간 데 없다. 코미디영화에서 경성시대라는 배경이 무리한 설정이 아니라, 오히려 경성시대의 아픔을 관객에게 부담스럽지 않게 전하는데 코미디가 적절하게 쓰였음을 알 수 있다. 한 마디로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영화라는 이야기다.

영화의 중요 마디들은 굳이 반전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도 어색할 만큼 매끄럽게 넘어 간다. 그렇다고 쉽게 찍은 영화라는 말은 아니다. 박용우는 처음으로 본격 액션을 위해 액션 연습을 했고 이보영 역시 액션과 보컬을 각각 3개월씩 준비했다.

이보영은 자신의 입으로 직접 노래를 불러 눈길을 끌었다. 박용우는 자신의 집에서 상의를 벗고 문에 매달리는 장면에서 매끈한 근육을 보여줘 여성 관객으로부터 ‘박용우 몸의 재발견’이라는 칭찬을 들을 것 같다.

할리우드 어드벤처 못지 않게 재미있으면서도 한국적 역사 감각을 버리지 않았다. 지난해 5ㆍ18을 담담히 그린 <화려한 휴가>보다 좀 더 가볍게 시대를 이야기한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가슴 떨리는 긴장감이 부족하다는 게 장점이자 단점일 수 있겠다.


12세 관람가. 3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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