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출산 장려=모텔이용권?

2008-01-28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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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뒷얘기

때 아닌 출산 장려다.
나랏님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민초들의 이불 속 거사(?)에 펌프질을 하고 있다.

2006년 개봉됐던 영화 <잘 살아보세>는 시대적 역설이 주는 웃음을 주무기로 했다. 한 때 나라까지 나서서 출산을 막았던 것이 바로 20,30년 전의 일이다. 최근에는 그 나라가 한 가정에 아이 하나 이상을 낳아달라고 조르고 있다. 결과적으로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율에 대한 문제 의식을 던져주는 영화였다.


최근 이런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안방 극장이다. 대 가족을 배경으로 하는 주말드라마 일일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로 고른 세대의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최근 종영된 KBS 2TV 주말드라마 <며느리 전성시대>(극본 조정선ㆍ연출 정해룡)을 살펴보면 이런 특징이 잘 배어있다.

자녀가 없는 가정이 태반인 요즘 세태와 전혀 반대로 대 가족을 배경으로 한다. 젊은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갈등과 화해 과정을 겪으며 대가족이 주는 미덕을 드라마로 전하고 있다. 마지막 회에는 대규모 출연진도 모자랐는지 미진과 복남이 동시에 아이를 낳는 모습까지 비춰졌다. 가지 많은 나무가 바람잘 날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 가지끼리 부둥켜 앉으며 따뜻하게 살아가는 것이 현 세태에 가장 필요한 가족의 모습이라는 것을 역설하는 듯하다. OECD 가입국 중 출산율이 최저인 대한민국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여기에 가요계는 이색적이다 못해 파격적인 이벤트가 눈길을 모은다. 악동 그룹 노라조가 ‘출산 장려’를 콘서트의 컨셉트로 잡았다. 공연 이름도 ‘대한민국 출산장려 대국민 콘서트’로 정했다. 아이를 많이 낳아서 강국을 만들자는 모토는 언제 부르짖어도 아깝지 않다. 하지만 다소 엉뚱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바로 당당하게 무대에 올라와 사랑을 표현한 관객에게 모텔 숙박권을 주는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공연 관계자는 “성인 대상의 공연이라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지만 모텔이용권과 출산장려가 언뜻 바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관객층이 가정을 이루는 부부라면 상관없겠지만 연인들의 불장난(?)을 조장해 대한민국의 또 다른 불명예 통계인 낙태율을 높이는 건 아닌가 걱정스럽다.

물론 공연의 화제성을 북돋기 위한 장난기 어린 이벤트라는 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반영하기 시작한 대중문화가 좀더 조심스럽게 ‘출산 장려’에 접근해야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교육을 활성화해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영어로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몇몇 교육안을 놓고 오히려 사교육비가 높아질까봐 아이를 못낳겠다는 요즘에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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