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방송국의 ‘빨간줄’ 연예인 살생부 있었네!

2008-01-10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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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뒷얘기]

매니저의 주된 일 중의 하나는 연예인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일이다. 영화나 앨범 준비는 물론이고 각종 TV 프로그램, 신문 잡지 등 언론사 인터뷰까지 일일이 관리를 해야 한다. 그 때문에 방송국 신문사 등을 들락날락하는 일이 잦다.
한 매니저는 새해초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모 방송국의 연예 프로그램 제작팀의 방에 들렀다 일어난 일이었다. 소속 연예인의 근황을 전하고 안부도 물을 겸 방문했다 스케줄 보드에 붙은 종이 한 장을 발견했다.

그 종이에는 국내 굴지의 연예 기획사 두 곳의 이름이 또렷이 인쇄돼 있었다. 그 아래에는 모 배우의 이름이 손으로 급히 갈겨 쓴 듯 추가되어 있었다. 딱히 특정 날짜에 구체적인 스케줄이 잡힌 것도 아니었다. 그저 이름만이 적혀 있을 뿐이었다.


그 종이를 발견한 매니저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이름을 바라봤다. 알고 보니 그 프로그램에서 다루지 않아야 하는 이들의 리스트였다. 이런 저런 사연으로 마음이 불편해져 외면하는 사이가 된 이들이었다. 말하자면, 나름대로의 살생부인 셈이었다.

맨 윗줄과 가운뎃줄의 거대 기획사는 이 살생부에 오른 이유가 충분히 짐작됐다. 워낙 톱스타들이 많다 보니 섭외가 최우선 과제인 연예 정보 프로그램에 애를 먹인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을 터.

재미있는 것은 마지막줄에 적힌 한 배우의 이름이었다. 이 배우가 지난해 결혼을 하면서 타 방송사를 통해 결혼 발표 및 심경 고백 등을 했기 때문에 이 배우를 아예 다루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다른 방송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의 방에는 모 배우의 이름과 함께 빨간색으로 ‘X표’가 그어져 있기도 하다. 또 다른 프로그램에도 모 기획사의 이름과 함께 아예 ‘출입금지’라고 씌여 있다.

일을 하다 보면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 원수처럼 되는 경우가 꽤 있다. 이처럼 공개적으로 칠판에 표시를 해 놓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다.

더구나 여러 사람들이 오가는 사무실에 공개적으로 써 놓는 것은 제작진이 서로 공유하자는 뜻 외에도 서운하게 한 그 사람들에게 서운함이 전달되었으면, 혹은 전달돼도 상관없다는 공개적 시위가 아닐까.

자칫 감정적으로 일하는 것으로 비춰질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개선언’을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이다. 그만큼 방송국의 섭외 경쟁은 치열하고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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